Question.

  누가복음 1장에는 세례요한과 예수님의 출생에 관한 예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이 세례요한을 잉태한 후 다섯달 동안을 숨어살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사가랴가 의심하여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심은 어떤 면에서는 정상적인 의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구지 그를 벙어리 되게 하셨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같은 곳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도 예언이 주어지는 데, 마리아도 비슷한 언급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마리아를 벙어리로 만들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사가랴보다 더 친절히 설명해주시는 부분이 나옵니다.

제 미천한 속견으로는 처음에는 사가랴나 마리아나 다 두려워하였고 의심하였는데 사가랴는 벙어리되게 하시고 마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Answer.

1.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의 제사장이었고,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론의 자손이었습니다. 이 둘은 명실상부한 제사장의 후손이었으며, 또한 율법의 규례를 좇아서 의로운 삶을 사는 경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구약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서 구약 시대의 마지막 선지자인 세례 요한이 태어나서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가장 중요한 때에 그들을 귀중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선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요한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주지 않으셨고, 이로 인해서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아이를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눅 1:13). 구약 시대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큰 수치였고, 언약 백성으로 대를 잇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들은 자녀를 위해서 간절하게 기도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사가랴는 율법의 규례를 따라서 성전에서 제사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다윗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약 20,000여 명의 제사장(레위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약 1000명씩 24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이 한 주씩 돌아가면서 성전의 일을 담당했습니다. 1년이 52주로 된 것을 생각하면, 그들은 1년에 두 번(두 주간) 정도 성전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에 레위인들이 성전에서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0여명이나 되는 레위인들은 제비를 뽑아서 각자 자신이 해야 될 일들을 나누어 맡았습니다. 이때에 사가랴가 맡은 일은 성소 안에 들어가서 분향소에 향을 피우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은 제사장으로서 평생에 한 번 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사장들은 서로 성소 일을 맡고 싶어 했지만, 1,000여명이 제비를 뽑아서 결정했기 때문에, 성소의 일을 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습니다. 사가랴는 그 행운을 잡게 되었고, 제사장들의 꿈이었던 성소에서 섬기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2. 그는 제사장의 의복을 차려입고 성소에 들어가서, 지성소 앞에 있는 분향단에 향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 백성들은 성전 밖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에 천사가 분향단 우편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천사는 사가랴에게 그가 기도해왔던 일이 하나님께 상달되어 응답을 받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눅 1:13). 이러한 천사의 말을 보면,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오랫 동안 자녀 문제로 기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사는 사가랴에게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이며, 아이를 낳게 되면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도록 지시했습니다(13). 그 천사는 그 아이로 인해 사가랴와 많은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14). 그 천사는 그 아이가 하나님 앞에서 위대한 자가 될 것이며, 태어날 때부터 나실인으로 구별되어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않고, 모태로부터 성령충만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15-16). 또한 그 천사는 그 아이가 말라기 선지자가 예언한 제 2의 엘리야가 되어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는 사명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17).

그는 율법을 가르치는 제사장으로서 이러한 천사의 예고가 메시야와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말라기에 예언된 엘리야는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는 사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사의 예고에 대해서 믿음으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때에 그는 천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무엇에 의해(카타 티; by what)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이 질문은 천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거할 표적을 구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 말 성경에 "어떻게"라고 번역된 말은 원래 "무엇에 의해"(카타 티)라는 말입니다. 그는 오랫 동안 아이를 위해 기도해왔지만, 두 부부가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아내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말을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천사에게 아내가 아이를 가질 것을 증거할 표적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하나님에 대한 불경의 죄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이러한 경고를 받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성소에서 제사 일을 수행하는 제사장은 특별히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백성들을 대신해서 제사드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성소 안에서 최선의 거룩함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성전에 들어간 제사장이 하나님 앞에 그릇된 태도를 보이면, 그들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둘째로 그는 아이 문제를 놓고 오랫 동안 기도해 왔으며, 그 결과 천사를 통해서 그 기도가 응답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작 기도가 응답되게 되자, 그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셋째로 그는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제사장으로서 타인에게 믿음의 모범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사가 전해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고 불신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는 불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믿음으로는 천사의 말을 믿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에게는 그 사실을 믿게해줄 표적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은 불신에 대한 형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그 사실을 믿게하기 위한 표적과도 같았습니다. 그는 말을 못해서 답답할 때마다 천사의 말을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 천사가 전한 메시지가 사실임을 믿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성경에 종종 나옵니다. 기드온은 자신이 민족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서 몇 가지 표적을 요구했으며, 모세도 몇 가지 표적을 통해서 애굽에 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사가랴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말을 못하게 된 것은 형벌인 동시에 그를 위해 주어진 축복의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가랴는 구약의 대표자로서 사실상 민족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스라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사가랴처럼 무력한 상태에서 오랫 동안 메시야를 위해 기도했으며, 이제 그 기도가 응답될 때가 되었습니다. 그의 아들 요한이 그 메시야의 길을 준비한 것처럼, 이스라엘은 메시야가 오는 길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작 그 때가 되자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후에 예수님께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을 구했습니다.


3. 그러나 신약 시대를 열게될 마리아의 모습은 사가랴와 달랐습니다. 그녀 역시 사가야와 똑같이 천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예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하나님께서 그녀와 함께 하실 것이며,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천사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또한 그 천사는 그녀에게 그녀가 곧 임신을 하여 아들을 낳게될 것이며, 아이를 낳게되면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도록 지시했습니다(28-31). 그 천사는 그녀에게 그녀가 낳게될 아이는 위대한 분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리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천사는 그녀에게 그 아이가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약속했던 다윗의 보좌를 계승할 메시야가 되실 것이며, 또한 이스라엘 왕이 되어 영원히 다스리고, 그 나라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해 주었습니다(32-33).

그때에 마리아는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일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여기에서 마리아가 물어본 것은 불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질문을 한 것은 천사의 말대로 이루어지려면 자신이 남자와 동침을 해야 하는데, 자신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처녀인 자신을 통해서 "어떻게(how) 이 일이 이루어 질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던 것입니다. 사가랴가 질문한 것은 "무엇에 의해서"(by what) 내가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느냐?"였지만, 마리아가 물은 것은 "어떻게(how)"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처녀였던 마리아는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갖게될 수 있는 지 궁금했을 것이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에 대해서 천사에게 질문을 했던 것입니다. 이는 천사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를 나무라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때에 그 천사는 어떻게 그녀가 아이를 낳게될 것인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천사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께서 그녀가 임신하게 하실 것이며, 이 일로 인해서 그 아이는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 불리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주었습니다. 그 외에 그 천사는 그녀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친척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갖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엘리사벳은 한적한 곳에서 은밀하게 태아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천사는 임신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진 엘리사벳이 아이를 가진 지 이미 6달이 되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천사는 이와 같이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치 못한 일이 없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35-37). 그때에 마리아는 그 천사의 말을 믿고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순종을 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시작될 신약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가랴는 선택받은 제사장 가문이었지만 마리아는 천한 시골 처녀였습니다. 사가랴가 선택받은 이스라엘을 상징한다면, 마리아는 은혜로 구원을 받게될 모든 사람들(이방인을 포함한)을 상징합니다. 선택받은 이스라엘은 불신앙으로 인류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맡은 사명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불신앙으로 응답했고, 따라서 그들에게는 형별과 표적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신약 시대의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믿음으로 응답할 것이며, 성령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마리아처럼 부족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믿음으로 응답할 것이며, 성령의 힘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4. 성경은 엘리사벳이 아이를 임신한 후에 5달 동안 숨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말 성경에 숨어 있었다는 말은 원래 "완전히 숨긴다", 또는 "완전히 비밀로 한다"는 뜻을 가진 말(페리에크리벤)입니다. 그녀가 숨어서 있었다는 말은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살았다고 볼 수도 있고, 태중의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 사람들과 격리되어 한적한 곳에 살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누가는 그녀가 왜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한적한 곳에 머물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녀가 나이가 들어서 임신한 것을 부끄러워해서 숨었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갖게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녀 역시 아이를 갖게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25절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주께서 나를 돌보시는 날에 사람들 앞에서 내 부끄러움을 없게 하시려고 이렇게 행하심이라!(25).

아마도 그녀가 사람들과 격리되어 한적한 곳에 머문 것을 보면, 태어날 아이가 특별한 아이(나실인)라는 것을 알고 그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한 배려로 보입니다. 이미 사가랴는 그 아이가 나실인이 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특별한 일을 하게될 것이라는 예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사갸랴는 아내가 그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를 했을 것입니다. 특히 엘리사벳은 나이가 들어서 임신했기 때문에 유산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사가랴가 아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사가랴가 형벌을 받은 후에 천사의 말을 믿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두 부부는 하나님께서 주신 아이를 순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것입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서로 만나서 성령의 역사로 아이를 갖게된 것을 확인한 후에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둘의 대화와 찬양 속에는 구약을 대표하는 세례요한과 신약을 대표하는 예수 그리스도 사이에 있게될 아름다운 성령의 역사와 조화가 명확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제가 음악가였다면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이중창을 노래고 작곡했을 것 같은데...아쉽게도 제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군요! 제 귀에는 이 두 여인이 성령에 감동되어 하나님을 찬미하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