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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김관선
     제 목 목사 그리고 장로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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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그리고 장로로 산다는 것




산정현교회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교회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신앙의 선배들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두 분을 말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고당 조만식 장로님과 소양 주기철 목사님을 얘기한다. 두 분은 오산학교 사제지간이다. 1922년 장로로 임직 받은 조 장로님은 제자인 주기철 목사님을 마산 문창교회에서 평양으로 모시고 왔다. 1936년 7월의 일이었다.

부임 후 예배당도 새롭게 건축하고 평양에 뜨거운 영적 기운을 불어넣으시던 주 목사님께서는 총회가 신사참배를 국민의례라고 가결하던 해인 1938년부터 극심한 고난의 길을 가셨다. 모진 고문으로 온 몸이 찢기고 상하는 고난 중에 1944년 밤 9시 평양형무소에서 순교의 피를 흘릴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순결한 신앙으로 한국교회를 지켜내셨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우리 교단은 그 부끄러운 얼굴을 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일제의 강압에 굴복하고 고난의 십자가를 피해 갈 때 끝까지 일사각오의 자세로 주님을 따라 외롭고 고달픈 길을 가셨다. 이런 목사님과 함께 투옥을 당하는 등 고난에 동참하셨던 장로님들도 계신다.

고당 조만식 장로님, 신앙을 삶의 현장에 구체화하셨던 민족지도자로서 일제하에 물산장려운동 등을 펼치며 민족정신을 올곧게 세우셨던 장로님.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는 그 분이 노회의 장로고시에서 불합격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분이 고시에 떨어질 수 있었을까? 실력 부족이 아니라 장로직 자체를 매우 두렵게 여겼다는 해석이다. 그 귀한 자리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고시 불합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장로로 임직된 후 누구보다 진실하게 교회를 섬겼고 제자인 주기철 목사님을 겸손하게 받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장로님은 1950년 10월 18일 밤 후퇴하던 인민군에 의해 평양형무소에서 총살당하셨다. 그 분의 일제하에서의 민족을 위한 헌신은 해방 후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으시기에 충분한 분이셨다. 그런 그가 신탁통치 반대로 고려호텔에 연금되었을 때 서울에서부터 몇몇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평양에 잠입하여 탈출을 권했으나 거절했다. 나만 살겠다고 나를 믿고 있는 북한의 동포들을 버리고서 갈 수가 없다며 죽으나 사나 평양에 남겠다고 하셨다.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 때 평양에서 고당을 만나 월남을 권유했던 미국 브라운 소장도 조 장로님이 북한의 1000만 동포와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해 남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증언한다. 장로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신 장로님이다.

이 두 분 모두 같은 평양형무소에서 마지막을 보내셨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두 분의 묘지가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원에 있다. 그곳을 찾을 때 마다 나의 삶을 돌아보며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곤 한다. 이런 분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조금이라도 두 분의 삶을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오히려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이다. 그 분들 덕에 편안하게 목회하면서도 늘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나의 천박함에 몸서리칠 때가 많다.

목사와 장로로 살아가는 우리들. 두 분이 섬기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성장했고 또 편리한 환경에 살고 있다. 그런 우리가 과연 주 목사님이나 조 장로님과 같은 자세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매년 목사 장로 기도회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정치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모이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기도는 무엇인가? 여전히 더 커지고 더 좋아지고 더 많아지는 것만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이제 부흥 보다는 건강함을 위해 매달려야 하지 않을까? 주님이 원하신다면 불편함도 고달픔도 기꺼이 감당하고 교회의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목사와 장로로 섬긴다는 것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짐을 지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 우리는 언제부턴가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십자가는 주님께 맡겨둔 채 좀 더 영광스러운 자리를 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 하나 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어떤 목사님과 장로님이 함께 천국에 갔다. 그런데 천국 문을 보니 예수님께서 앉아 들어오는 분들을 기쁘게 맞아 주셨다. 집사님이 들어갈 때 주님은 일어서서 안아주시면서 세상에서의 수고를 위로해주셨다. 그 모습을 본 목사님과 장로님은 큰 기대를 했다. 집사님도 저렇게 일어서서 안아주시면서 환영해주시니 목사와 장로는 얼마나 더 영광스럽게 환영해주실지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목사님이 예수님 앞에 섰다. 그런데 예수님은 일어서지도 않은 채 손만 내밀어 악수를 청하셨다. 장로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몹시 서운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목사님과 장로님이 긴급당회(?)를 했다. 그리고 예수님께 항의했다. “예수님, 왜 집사들도 일서서서 안아주시면서 환영해 주시고 목사요, 장로인 우리들은 일어서지도 않은 채 악수만 하십니까?” 주님이 대답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일어서면 내 자리에 앉아버리잖니?”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 -기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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